이슈추적 자유의 국가 미국에서 자유를 부르짖다

자유의 국가 미국에서 자유를 부르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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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에서 백인 경찰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유색인종을 죽게 내버려 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인근 소도시인 퍼거슨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마이클 브라운이 비무장 상태로 검문을 받다 백인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한 ‘퍼거슨 사태’,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운전자가 4명의 백인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 등 크고 작은 인종차별 사건들이 미국 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통해 공기처럼 만연해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미국 내 인종차별’이 재점화되며 수면 위로 올랐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며 SNS에서는 이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거물 CEO인 애플의 팀 쿡은 “지금 우리나라 수백만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아픔이 있다. 함께 일어나기 위해 서로 맞서야 하고 조지 플로이드의 무의미한 죽음과 훨씬 더 긴 인종차별의 역사로 인해 당연히 야기된 두려움, 상처, 분노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르 등도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세계적인 스타인 비욘세 · 리한나 · 레이디 가가 · 테일러 스위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리아나 그란데는 직접 시위에 참여했으며 자신의 SNS에 “내 팔로워들에게 조지 플로이드 청원에 동참하고 가능하다면 후원도 해줄 것을 요청한다. 미국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무자비한 살인과 인종차별에 대해 가족, 친구들과 계속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후부터 진행된 시위는 사건이 발생한 교차로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며 시작됐다. BBC 뉴스에 따르면 시위대는 “숨을 쉴 수 없다”, “내가 당했을 수도 있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주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평화 시위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시위 이틀째가 되던 밤 시위대 규모는 수천 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때부터 돌을 던지거나 최루탄 통을 경찰에게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경찰서 밖에 인간 바리케이드를 형성하는 등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SNS를 통해 플로이드 과잉진압 영상을 보고 “충격적”이라고 했지만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강제 진압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대를 향해 “폭력배(THUGS)”라고 지칭하며 “약탈 행위가 발생하면 총격이 시작될 수 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돼 가면서 지역 사회 내에 크고 작은 피해들이 생겨나고 있다.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서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일부 도시 유명 빌딩은 외벽이 플로이드의 마지막 절규인 ‘숨쉴 수 없다’는 구호로 뒤덮이는 등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행위) 피해를 입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번 시위 사태가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던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까지 경찰에 체포된 1669명의 시위 참가자 가운데 3분의 1이 LA에서 나왔다는 점은 미국 흑인사회의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LA 베벌리힐스 유명 쇼핑거리는 시위대의 방화와 약탈로 불바다로 변하는 등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였다. 구찌, 루이비통 등 유명 브랜드 상점이 털리고, 백화점 등에서도 무단 침입 흔적이 나오는 등 약탈범들이 활개를 쳤다. LA뿐 아니라 시애틀,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약탈이 벌어지면서 대형마트 체인인 타깃은 미 전역 175개 매장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한편, 이 같은 약탈 행위가 “플로이드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평화적 시위를 호소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겉으로는 자유의 국가를 표방하면서 사회 내에서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다는 것이 이번 시위를 통해 밝혀졌다. 인종 혹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다면 평등을 위한 반대 운동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한다.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인 소수자라는 이유로 쉽게 묻혀버린다. 또한, 시위를 진행하는데 있어 조그만 결점이라도 발견이 되면 ‘믿을 수 없는 집단’ 혹은 ‘이익을 위한 집단’으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이번 시위도 그렇다. 평화시위가 진행되면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지역 내 상점 등이 불에 타고 약탈되면서 ‘지지할 수 없는 시위’로 매스컴에 비춰지고 있다. 일부 과격한 시위에 대해 지지할 수 없지만 차별에 반대하는 것만큼은 모든 곳에서 온힘을 다해 지지를 보내야 한다. 차별에 반대하고 나아감으로써 또 다양한 차별들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힘들이 생기고 더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Black lives matter”.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