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공명선거는 금권선거부터 척결해야

[전병열 칼럼] 공명선거는 금권선거부터 척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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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전무후무한 금권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가 지도자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정말 지금 대한민국은 바로 가고 있는가.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를 핑계로 금권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르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명분으로 선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서로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자기 곳간이 아니라 국민 혈세를 두고 쌈짓돈인 양 생색을 내고 있다. 국가와 국민은 뒷전이고 오로지 표심에만 혈안이 돼 즉흥적으로 포퓰리즘을 위한 공약을 서슴없이 뱉어낸다.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전염병으로 위협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탄으로 몰고 갈 금권선거가 더 두렵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공돈이 생기는데 현혹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심지어 그 이상을 준다고 한들 마다할 것인가. 한 푼이라도 덜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서민들의 주린 배를 이들은 절호의 기회로 삼아 금권으로 유혹하려 덤비고 있다.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있는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알바생, 심지어 ‘방콕’으로 시름을 달래는 실업자 등등 소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서민들에게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절실하다. 그런데 당장 베풀지도 못하면서 변죽만 올리는 선심 공약은 엄청난 후유증으로 부메랑이 될 것이다. 시민은 대중이 아니라 공중(公衆)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양식 있는 시민으로 사리분별력이 있는 사람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국민이 다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찬반 논란이 일었다. 소득 하위 70%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자 대상자인지 확인하려는 조회가 쇄도하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피해 없는 공무원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에서부터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불리하다는 항의까지, 특히 취약 계층은 5월에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화급을 다투는 상황이라 당장 지급해야 한다며 도처에서 아우성이다.

총선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은 70% 기준에 대한 제외 계층의 불만이 커지자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이들을 위해 유혹의 손짓을 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즉시 지급하자고 확대 제안하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6일 지역, 소득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제대로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안과는 달리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 지급하자며 일관되게 주장해 왔고, 민생당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일단 모든 가구에 나눠주고 부유층에 대해서는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자고 제안했다.

정치인들에게 양심이나 체면은 가당치 않은 말일 수도 있다. 이들은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오직 당선을 목적으로 포퓰리즘적인 제안을 할 뿐이다. 기껏 재정 확보 방안으로 민주당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통합당은 ‘국가 재정운용 계획의 예산증가분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세수는 줄어들고 국가부채는 사상 최초로 1,700조 원을 넘어 1,743조 원을 기록했다. 국가채무(D1)는 728조 원으로 국민 1인당 1,409만 원에 달하는 액수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는 유권자는 ‘우선 먹기엔 곶감이 달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필요한 곳에 절실한 사람들에게 지급돼야 한다. 공평성도 좋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기업이나 공직자, ‘금수저’까지 챙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국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