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백두대간과 동해가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으로 고대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곳 강릉에 ‘오죽헌(烏竹軒)’이 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삶이 시작되다, 오죽헌
오죽헌은 보물 제165호로 뛰어난 학식과 재능을 가진 신사임당과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나 자란 장소로 유명하다. 집 주변으로 검은 대나무가 많아 까마귀 오(烏), 대나무 죽(竹)을 써 오죽헌이라 불리게 된 이곳은 하얀 구름과 푸른 초목이 어우러져 있는 경내 전경 또한 아름답다.
오죽헌은 우리나라 주택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이곳에 들어서기 전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모자 동상은 이들을 찾는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하다.
오죽헌은 권씨 집안이 물려 받은 고택의 일부분으로 본가와는 담장으로 구분돼 별도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율곡 선생이 스스로를 성찰한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인 ‘자경문’을 지날 때 비로소 신비로운 검은 대나무가 지키고 있는 오죽헌에 당도할 수 있다.
오죽헌을 바라볼 때 가장 오른쪽 방이 율곡 이이가 태어난 몽룡실이다. 몽룡실이란 이름은 신사임당이 검은 용이 날아드는 꿈을 꾸고 율곡 이이를 낳아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옆으로는 1975년 오죽헌 정화사업 때 율곡 이이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지은 ‘문성사’가 있다.
이곳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오죽(烏竹)이 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산뜻하게 들려온다. 특이하게도 검게 물들어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의 모습은 신비롭기만 하다. 마당 가득히 들어앉은 햇살의 한가로움 속에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관동팔경을 떠도는 선비들의 안식처, 선교장
오죽헌을 나와 걷다보면 경호포수 상류지역에 위치한 ‘선교장’에 다다른다. 선교장이란 이름은 옛날에 경포호수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 바로 앞까지 호수물이 있을 때, 배를 타고 나갔다하여 ‘배다리 마을’로 불려 지어졌다. 1965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깃들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경포호 방향으로 가면 초당순두부 마을 근처에 ‘허난설헌 생가’와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이 나온다.
허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사람이고 허난설헌은 주옥같은 시 213수를 남긴 조선 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이다.
허난설헌 동상 앞에 적힌 한시 ‘곡자’를 읽으면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비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기념공원에는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 숲길이 있어 운치 있는 산책도 가능하다.
photographer 박상주 ·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