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한일 무역 전쟁 불똥 여행업계 강타

[전병열 칼럼] 한일 무역 전쟁 불똥 여행업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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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불매 운동 등 반일감정으로 경제 교류를 악화 시킬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실리적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한일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서 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각종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로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자 범국민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일 교류 업종에서 최전선 위치에 있는 여행업계는 ‘일본 여행 중단·보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여름휴가철 일본 여행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던 업계는 존폐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고 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기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난 탑승객은 46만 7,200여 명으로, 경제 보복 이전인 6월 상반기 54만여 명보다 13.4% 감소했다. 한 온라인여행사의 일본 항공권 예약률도 6월보다 32%나 줄었다. 실제 패키지여행사들의 실적을 보면 하나투어는 지난달 해외여행수요(패키지·호텔·단품 상품)가 전년 동월 대비 14.4% 감소한 24만 1,000명을 기록했다. 모두투어 역시 지난달 해외여행 수요가 12만 8,000명으로 14만 5,000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7월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여행 자제가 민간 차원에서 일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불매운동으로 거론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 여행상품 신규예약률은 전년 대비 50~70%까지 감소한 실정이라고 한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은 20~30%에 달한다. 단일 국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반일 감정 악화가 지속될 경우 업계의 경영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설마 비자 발급 강화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동남아 여행 확장 등 대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일 무역 갈등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부터 비롯됐다.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1인당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최종 확정한 판결이다. 일본은 그동안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 개인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대법원이 이 협정은 정치적인 해석이며 개인의 청구권에 적용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아베 총리는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 수출규제 강화책 1탄과 2탄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4일부터 바로 시행된 제1탄은 한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중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비롯된 정치·외교적 갈등에 경제 영역을 끌어들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제1탄 조치에 이어 제2탄으로 준비한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 시행령 개정을 지난 2일 각의에서 통과시켜다. 이달 28일부터 발효하면 식품, 목재를 제외하고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든 제품은 한국으로 수출할 때 3개월가량 소요되는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양국 간의 수출입 거래가 막히는 것으로 일본산 원재료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압박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일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백색국가 배제로 반일 감정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며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악재로 작용되고 있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인 대응으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일본은 최대 2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가 연쇄적으로 소송에 나설 경우 배상금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실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싱 불매 운동 등 반일감정으로 경제 교류를 악화 시킬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실리적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 지도자들은 일시적인 유혹이나 충동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