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용 대마와 기호용 대마
대마(마리화나)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캐나다와 미국(일부 주), 북미를 중심으로 대마 합법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태국 등과 우리나라까지도 흐름을 같이 하고 있으며 대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1992년 이스라엘의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는 물론이고 대마 관리가 엄격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도 다른 아시아 국가처럼 마약 관련 범죄에 엄격했으나 최근 여러 국가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발걸음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일부개정 법률안’을 의결해 의료용 대마에 한해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의료용 대마 성분 중 하나인 칸나비디올(CBD) 오일이 뇌 신경 질환 환자들의 발작, 통증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다. 지금까지 의료용 대마가 불법이어서 치료를 하지 못하거나 의료용 대마가 합법인 외국에서 수입을 하다가 적발돼 처벌받은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게다가 의료용 대마는 환각을 유발하는 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없기 때문에 안정성에서도 문제가 없다.
의료용 대마뿐만 아니라 기호용 대마를 허용하는 국가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미국의 10개 주와 콜롬비아 특구(2018년 12월 기준),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브라질, 모로코 등이 있다. 쥐스탱 캐나다 트뤼도 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대마를 불법적인 경로로 구입해 청소년들이 피우는 경우가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으며 대마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와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대마 흡연을 저지해야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대마를 불법화하고 있는 지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마를 이용하고 있고 그로 인해 세금도 새어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마를 합법화해 정부에서 직접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라고 스스로 자부해왔지만 2016년에 그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UN 기준으로 마약청정국은 마약사범이 10만 명당 20명 미만인데 2016년에 이미 28명을 기록했다. 마약이 우리나라에 당연히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시나브로 마약이 일상 속에 자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마약 김밥’, ‘마약 옥수수’, ‘마약 떡볶이’ 등 마약을 덧붙여 이름을 짓기도 하고 클럽 등에서 데이트 강간을 위한 ‘물뽕(GHB)’ 등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마약은 대부분 환각을 일으키고 그만두게 된다면 폭력적인 성향이 되거나 머리가 나빠지기도 하는 등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마약 OO’이라는 이름으로 ‘마약’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켰고 저속한 표현으로 ‘물뽕’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마약을 마약이 아닌 것처럼 둔갑했다.
결론적으로 의료용 대마는 마약법 개정안이 실행됨에 따라 대마 성분 의약품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한 곳으로만 해외에서 반입되는데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은 4종류로 같은 성분인 ‘건강기능식품’, ‘대마추출물’ 등은 수입, 처방이 제한되고 있어 환자들은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환자들이 더 쉽고 편하게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의료용 대마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완화, 개선돼야 한다.
기호용 대마에 있어 금기시하는 것이 더 이상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볼 수 없다. 이때까지 쉬쉬해왔기 때문에 유통, 소비 등이 음지에서 더 활성화됐고 적발하기 곤란했다. 그래서 대마를 포함한 마약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대중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전 국민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를 필요로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