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철 대목을 누리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눈썰매장과 스키장이다. 겨울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드는 보드·스키족과 눈썰매 이용객들로 썰매장과 스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국내에서 일부 눈썰매장의 불법개장 및 불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이라 극찬을 받았던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 경기장은 2019년 1월 1일부터 난데없이 불법 시설물로 전락할 예정이다. 불법공사와 영업이 벌어지고 있는 시설, 충분한 시설을 갖췄음에도 불법으로 전락하게 될 스키장 등 겨울 레포츠 시설을 둘러싼 명암을 조명해봤다.
문화재보호구역에 눈썰매장, 김해시는 대응 無
(재)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가야테마파크가 2016년 12월 문화재보호구역에 무단절토 및 성토를 하고 눈썰매장을 만든 게 문제가 됐음에도 다시 개장을 하고 손님을 모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장소는 2016년 문제가 제기된 이후 2017년 여름 같은 장소에 수영장을 만들고 샤워장을 불법 건축해 민간운영자와 수익금을 배분했으며, 겨울에는 눈썰매장의 규모를 더 늘리기도 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12월 15일 눈썰매장을 개장하면서 국읍대야철장을 철거하고 대형 눈썰매장으로 규모를 더욱 확장했으며, 불법건축물로 휴게점을 건축해 즉석제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확장된 눈썰매장은 체육시설업 신고가 되지 않아 안전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개장을 하고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18일 뉴스타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눈썰매장에 관해 김해시 건축과에서 “관광과가 건축행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과에서는 모른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전했다고 밝혀졌다. 또한 김해시 건축과, 체육지원과에서는 가야테마파크의 눈썰매장이 개장한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해당 눈썰매장 조성은 김해시에서 세비 2억 4천만 원을 들여 2018년 5월부터 10월에 완성했고, 10월에는 민간수탁업자 공개모집이 진행됐다. 현재 가야테마파크의 운영위탁은 김해문화재단이 맡은 상태이며, 운영권한은 김해문화재단의 이사장이자 김해시장이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해시의 혈세가 눈썰매장 확장과 운영에 이용되고 있음이 분명한데, 김해시 측은 이 논란에 대해 뚜렷한 해명이 없다. 논란에 대응도 없이 가야테마파크 눈썰매장은 ‘눈썰매&매직 페스티벌’을 2월 28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그린벨트·수질보전구역 눈썰매장 불법 공사로 몸살
그런가하면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 불법으로 눈썰매장 공사를 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속속 고발되고 있다. 지난 12월 대전시 동구 대별동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위치한 풋살장에서 불법으로 눈썰매장 공사가 진행돼 적발된 바 있다.
12월 18일 중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적발 당시 풋살장에는 30도가량 경사진 토사가 20m쯤 길게 다져져 있었고, 양 옆 파이프와 합판을 세워 낮은 벽을 세운 상태였다. 풋살장 안에는 인공 눈을 만드는 기계가 놓여 있어 공사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동구 관계자는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고시에서 1권역에 해당하는 ‘조종천’에 불법으로 송어 축제장을 조성한 최모 씨가 적발됐다. 최 씨는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굴삭기를 이용해 하천의 굴착, 성토, 절토를 진행했다. 길이 15m, 폭 10m의 눈썰매장을 만들기 위해 둑을 훼손하고 물길을 막아 축제장을 만들던 중 가평군에 적발돼 경찰에 고발조치 당했다.
두 사례 모두 겨울 대목을 기대하며 레포츠 시설을 불법 공사하며 적발된 사례다. 불법 공사가 진행되면 김해와 마찬가지로 안전검사의 의무가 없다. 안전검사와 사고예방 대책 없이 세워진 건축물과 행사장의 안전수준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스키장은 불법 시설물로 전락
불법 공사와 부실한 관리체계로 논란인 사례와 반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겨울 레포츠 시설이 불법 시설물로 전락하는 어이없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바로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으로 인정받았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이다.
알파인 경기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한 국유림 사용신청 허가 기간이 연말에 끝나 2019년 1월 1일부터 불법 시설물이 된다. 올림픽이 치러진 장소인 만큼 겨울 레포츠 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시민들에게 개방해도 무방하지만, 국유림 사용신청 기간으로 인해 세계적인 수준의 스키장이 방치돼 있는 상태다.
게다가 알파인 스키장은 건설 당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064억 원을 들인 시설이다. 거금을 들인 레포츠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국유림을 다시 살리기 위해 스키장을 전면 복원할 경우 지하매설물 철거로 인한 폐기물만 해도 7만여 톤이며, 지형을 원래대로 복원하려면 다시 2천억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환경부와 산림청은 올림픽 이후 전면 복원을 약속한 만큼 경기장을 전면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지난 8월 강원도가 제출한 가리왕산 생태복원 보완계획이 전면 복원에서 곤돌라 및 운영도로 등 일부 시설을 존치하는 것으로 바뀌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환원이라는 목표에 맞지 않는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이에 맞서 강원도 내 80개 지역단체는 알파인 경기장 존치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겨울에 옷을 두둑이 입고 즐기는 ‘레포츠족’을 겨냥한 불법 공사와 시설 운영, 거금을 들여 만든 레포츠 시설이 불법 시설물로 전락하는 것을 허가와 목표를 이유로 두고 봐야 하는 상황 모두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또한 상반된 두 가지 상황 모두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합리적인 판단과 관리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하얀 설국이 아름다운 계절을 갈등으로 물들이는 대신 관련 부처와 기관은 보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의 자세를 보여줄 때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