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광화문 광장 평화는 언제 오려나

[전병열 칼럼] 광화문 광장 평화는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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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지옥고’에 시달리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기업들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전국에 메아리친다. 다가오는 기해년은 황금 돼지해다. 광화문 광장에 평화의 촛불이 밝혀지길 기원한다.”

무술년이 저물어 간다. 황금 개띠의 해라며 잔뜩 부풀었던 기대는 사상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만 심화됐다. 연말연시만 되면 송구영신이란 말로 위로하며 새해를 기다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아픔을 지우고 내년을 또 기대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계승 발전시켜야 할 일들과 적폐로 척결해야 할 일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할 일 등 반추해야 할 사건사고도 많다.

연합뉴스가 발표한 올해 국내 10대 뉴스 몇 가지를 짚어보면, 2018년 최대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두 정상의 판문점 군사분계선 악수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5월 사전에 알려지지 않고 사후 공개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은 9월 평양에서 이뤄졌다. 두 정상이 백두산을 함께 오른 장면이 중계되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명시했다. 이에 진보 세력의 지지와 보수층의 반대로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측의 주말 집회가 정국을 불안케 하자 급기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보류되고, 소용돌이는 멈출 줄 모른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을 뒤흔든 두 번째 사건은 바람직한 ‘미투(Me Too) 운동’이었다. 우리나라 미투 열풍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1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미투는 순식간에 사회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고은 시인, 연극인 이윤택 씨,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미투에 의해 패가망신했다. 배우 조민기 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생을 마감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의 위험과 무관심을 부각시켜 여권 신장에 기여했다.

2017년이 박근혜 정부 적폐를 청산한 해였다면, 2018년은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를 단죄한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이라며 검찰을 비판했지만,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여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관계자들도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았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 간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책 시행에 따른 충분한 사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과 오너의 갑질 논란은 을의 분노를 폭발시킨 사건이다.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을 뿌려 ‘오너 갑질’로 큰 파문을 일으키자 그동안 침묵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회장 부인 이명희 씨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등 한진 일가의 다른 갑질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이후 사태는 한진 일가의 횡령과 배임, 밀수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사법부의 역사적인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 수뇌부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판결을 왜곡하는 ‘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사법부 간에 긴밀한 협력이 오간 정황이 수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수십 명 전·현직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고 양 전 대법원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엄중한 일벌백계가 필요한 사건이다. 그런데 작금의 실상은 어떠한가.

국회는 밥그릇 싸움으로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고, 정부는 김 위원장 답방을 성사시키고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며, 사법은 법치국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사회는 온통 관행이나 적폐로 사건사고가 도처에서 속출하고, 광화문 광장은 주말마다 집회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시달리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기업들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전국에 메아리친다. 다가오는 기해년은 황금 돼지해다. 광화문 광장에 평화의 촛불이 밝혀지길 기원한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