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고려시대 선박 ‘안좌선’의 선체 39편(조각)에 대해 지난 12일부터 건조처리를 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2005년 8월부터 9월까지 전남 신안군 안좌면 금산리 앞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선박 ‘안좌선’은 39편은 전체 선박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선체 조각 39편 중 가장 큰 것은 길이 10m, 폭 54cm, 두께 24cm정도고, 가장 작은 편은 길이 1m 30cm, 폭 40cm, 두께 17cm정도이다.
안좌선은 2005년 현지 주민 신고로 처음 세상에 알려지면서 발굴됐으며, 발굴 때 소량의 도자기와 원통목 등도 같이 인양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탄소연대측정과 연륜연대측정을 통해 14세기 후반 고려 시대 선박으로 밝혀진 바 있다.
고선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선체에 남아 있는 소금 성분을 제거하고 약품을 녹인 수조 안에 선체편(조각)을 담가 순차적인 농도상승 작업을 통해 건조 후에도 형태유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치수안정화처리(値數安定化)를 해야 한다. 안좌선은 지난 2006년부터 선체 조각 안쪽을 채우고 있는 소금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민물에 담가 두는 탈염처리를 시작했고, 2008년부터 시작한 치수안정화처리작업도 올해 끝냈다.
선체편마다 약 2~3년 정도의 건조 시간이 각각 필요한데 안좌선은 39편으로 개수가 많아 올해 9편으로 일단 시작해 매해 일정 편을 순차적으로 건조할 예정이다. 건조 작업은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건조실에서 진행하며, 선체편에는 비닐을 덮어 급격한 건조도 방지하게 된다.
단계별로 고습에서 저습으로 서서히 습도를 낮추는 ‘조절건조’ 방식을 쓰게 되는데, 안좌선 선체를 다 건조하는 데는 약 7년이 걸릴 예정이다.
건조 후 복원이 완전히 끝나는 2025년 이후에는 전시를 통해 공개할 계획으로, 현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전시 중인 완도선(11~12세기), 달리도선(14세기)과 함께 한선의 발달사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005년에는 안좌선 선체의 보존처리를 위한 세척과 탈염(脫鹽)처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밀재(水密材, 선체 내에 물이 새지 않도록 틈을 메꾸는 부재)를 수습하기도 했다. 수밀재는 외판과 외판연결 부위의 내부에서 수습됐다. 부재 간 결착 면에 수밀재를 삽입한 흔적과 외판 이음에 석회성분의 접착제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한, 수밀재에 사용된 재료는 현미경 관찰을 통해 벼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로써, 고대 한선(韓船)의 수밀방법을 최초로 찾아내고 수밀이 우리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볏짚이라는 사실도 알아낸 바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고선박은 10여 척으로, 앞으로 안좌선이 복원되면 고려 시대 선박의 구조뿐만 아니라 선박의 역사 등을 규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