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위기의 섬, 시들해진 제주관광

위기의 섬, 시들해진 제주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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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대한 내국인의 관심도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난민 사태와 불법체류자간의 살인사건, 30대 여성 사망사건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제주의 인기가 주춤한다는 뜻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내국인 관광객의 관심도를 가장 많이 받았던 관광지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된 악재는 독보적인 인기도 떨어뜨렸다. 게다가 내국인 관광객 관심도에서 줄곧 큰 차이로 앞서던 강원도에게 올해 8월 처음으로 뒤쳐졌다.

관심도가 떨어진 만큼 업계의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이른바 ‘땡처리’라 불리는 저가 상품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중한 우리의 섬 제주, 이렇게 위기를 면치 못하고 가라앉게 될 것인가.

처음 강원도에 뒤쳐진 제주도의 인기

제주도에 대한 내국인의 관심도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문제로 화두가 됐던 제주도지만 국내 여행객으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터였다. 하지만 올해 8월 제주도를 향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조짐이 보였다. 그동안 큰 차이로 강원도를 앞섰던 제주도의 여행관심도가 지난 8월 처음으로 뒤쳐졌기 때문이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조사)’에서 특정 시도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는 반응을 관심도라 하고, 이를 2016년 2월부터 측정해 왔다.

(출처: 컨슈머인사이트)

지난 30여 개월 동안 제주도는 강원도를 줄곧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앞서며, 국내 여행지 관심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처음으로 그 차이가 3%포인트로 좁혀졌으며, 8월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강원도 50%, 제주도 48%로 역전 당한 상태다.

(출처: 컨슈머인사이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제주도 여행 성수기의 주 단위 조사결과를 살펴봤다. 역시 6월부터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5월말 63%로 시작한 제주도 여행 관심도는 매주 1~2%포인트씩 하락해 7월 다섯째 주에는 처음으로 40%대로 진입했고, 8월 둘째 주에는 48%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제주도가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할 시즌인데도 관심도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요인으로 제주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범죄,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예멘 난민사태, 중국인 불법체류자 간의 살인사건, 30대 여성의 실족사 등 사건이 제주도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안전지수, 3년 연속 최하 등급

사실 제주도의 범죄발생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 야기는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지역안전지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는 3년 연속 범죄, 생활안전 분야에서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지역안전지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수준을 분야별로 계량화한 수치로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안전관련 지표를 토대로 계산해 발표한다. 지표는 화재, 교통, 자연재해, 범죄,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등 7개 분야이며 최고 1등급에서 최하 5등급까지 부여한다.

이 지표에서 제주도는 범죄, 생활안전 분야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분야도 좋은 등급은 없다. 교통은 3년 연속 3등급이었고, 자살, 감염병 분야는 2등급이다. 화재와 자연재해는 해마다 등급이 조금씩 바뀌었다.

지역안전지수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데다 관광 성수기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이 제주도를 향한 발길을 돌리게 하는 데 충분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난민 신청을 하고 출도 제한된 예멘 난민 465명이 체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0만 명이 넘는 청원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그런가하면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565억 원을 들여 조성한 탐라문화광장에서는 성매매 호객행위, 주취자과 노숙인들의 성추행 및 폭력 사건이 수시로 벌어져 범죄의 온상이 됐다. 이곳에는 노숙인, 주취자의 폭력이나 소란 등으로 하루 평균 1~2건의 경찰 출동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마다 탐라문화광장에서는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노숙인과 주취자들이 무질서한 행동을 하고 있어 문화광장의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불법체류자 간의 살인사건과 같이 불법체류자 범죄가 급증하는 점, 실족사로 발표된 30대 여성의 사망사건 등도 국민들의 불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제주도는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치안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제주도를 향한 불안감을 회복시키기에는 부족한 대안으로 보인다.

치안 강화와 지속적인 관광 콘텐츠가 핵심

시들해진 여행 관심도를 관련 업계가 실감한 걸까? 각종 여행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9,900원 숙박부터 3박에 10만 원대인 호텔 패키지까지 이른바 ‘땡처리’ 제주여행 상품이 수두룩하다. 또한 짤막한 여행상품이 아닌 장기간 체류하며 여행하는 ‘제주 한 달 살이’가 잠시 붐을 일으키긴 했다. 하지만 직업을 가진 이상 다수가 한 달 살이를 위해 제주를 찾는 건 무리가 있어, 한 달 살이로 제주 여행업계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지난 8월엔 한 달 살기 타운하우스를 임대해 준다며 관광객들로부터 7,900여만 원을 가로챈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 모두 43명이 사기피해를 봤으며, 사기범은 숙박업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 영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제주를 찾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이처럼 간단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관광객을 위한 제주도의 보호체계가 허술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주도가 치안을 전폭 강화하고 관광객의 신뢰를 돌릴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는 한 여행 관심도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관광객의 외면에 제주도는 어떤 노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