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늬만 고양시교향악단, 잡음 속 창단연주회 개최

무늬만 고양시교향악단, 잡음 속 창단연주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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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경기도 고양시교향악단이 창단연주회를 가졌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아람음악당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첫 연주를 선보였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으로 선정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해 시민들이 공감하기 좋은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공연이었다.

▲고양시교향악단 창단 기념 마스터피스 시리즈 포스터 출처 : 고양문화재단

그런데 공연에 앞서 고양문화재단의 교향악단 공모사업에 공정성 시비가 있었다. 해당 공모 사업의 심사를 맡은 일부 위원이 우선협상대상 선정 1순위 악단과 ‘협연’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단체를 우대한다는 공지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의 필하모닉이 선정돼 잡음이 일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된 고양시교향악단, 어떤 문제를 안고 시작됐는지 살펴봤다.

클래식 고양(高揚)을 위한 교향악단의 창단

고양시교향악단이 창단했다. 고양시 교향악단 상주단체 공모를 거쳐 선정된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 주인공이다.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1년 설립된 민간 교향악단으로 창단 후 2,500여 회 정기 연주회와 공연 등을 열었다.

상임지휘자는 카를로 팔레스키다. 여러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 작곡, 지휘를 공부한 카를로 팔레스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지휘자다. 2016년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외국인 최초 지휘자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이자 서울대학교에 출강도 하고 있다.

화려한 공연 이력을 가진 악단과 지휘자가 만나 고양시를 대표할 교향악단이 탄생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고양문화재단은 7월 14일부터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공연하고 있다. 이 공연은 7월, 8월, 10월, 12월 각기 다른 연주자와 협연을 이루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시민의 클래식 향유를 위해 입장료는 전석 5천원으로 책정됐다.

시작부터 공정성’ 시비

그런데 고양시교향악단은 선정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다. 지난 2~3월간 모집한 ‘2018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 고양시 교향악단 공모 사업’에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것. 이 공모사업의 심사를 맡은 일부 위원이 우선협상대상 선정 1순위였던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교향악단의 공모사업임에도 심사위원과 선정대상 간의 협연 이력은 공정성에 의심을 샀다. 문화예술계의 ‘내 식구 밀어주기’ 관행이 공공연한 현실에서 이 같은 경력은 다른 악단에게 불리해 보였다.

또한 4월 14일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1차 서류심사에서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2차 실연심사에서 점수가 뒤집혔다. 공정성 시비가 제기됐던 심사위원은 2차 실연에 참가한 심사위원 7명 중 1명이었다. 고양문화재단 측이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한 것도 빈축을 샀다.

이로써 1,2차 점수 합계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으로 1순위가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선정됐으며 서류심사 시 1순위였던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순위로 하락했다. 심사위원 선정과 공정성에 관해 문제가 제기 되자 고양문화재단 측은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교향악단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공모의 모든 과정을 외부기관에 의뢰했다”며 “고양시와 재단이 선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했다”고 전했다.

지역단체 우대진정성 논란

잡음 속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선정되고 마스터피스 시리즈가 준비되는 동안에도 고양시 내 악단과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고양문화재단은 공모사업을 공지했을 당시 ‘고양시 소재 지역단체 우대’를 명시했다. 우대조건이 의무는 아니나 기존 상주단체로 활동했던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는 크게 낙담할 일이었다.

▲‘2018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 고양시 교향악단 공모 사업’ 신청자격에 ‘고양시 소재 지역단체 우대’가 명시돼 있다. 출처 : 고양문화재단

또한 2017년까지 1억1천만 원 수준이었던 교향악단 상주단체 예산이 올해 교향악단을 새로 모집하면서 10억 원으로 증편된 배경 역시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후원자들과 시민단체는 심사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지역 공연단체가 역차별을 당했다며 고양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존 상주단체에서 지역 악단으로 입장이 바뀐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9년 5월에 창단된 전문 직업 교향악단으로 평소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음악회, 장애인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농촌 등 소외지역 방문공연 등 다양한 기획공연을 진행해 온 단체다. 고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올해 상반기 있었던 정기연주회 이후 별다른 공연 계획이 없는 상태다.

구멍 난 지역문화재단의 신뢰

교향악단 창단을 두고 시끌했던 고양문화재단은 지난 5월 전산담당 직원이 간부들의 전자결재문서를 무단 열람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재단 그룹웨어 운영 관리자인 직원이 자신의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용해 대표이사를 비롯해 감사·인사·경영 관련 결재권한을 가진 팀장과 실장, 본부장 등 간부들뿐 아니라 보안문서 담당직원들의 그룹웨어까지 몰래 열람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심사위원 명단 공개도 거부했던 고양문화재단에서 전산 담당 직원이 쉽사리 간부들의 그룹웨어를 열람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해당 직원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누구에게 전달했을지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사위원 선정 과정이나 명단 공개조차 하지 않던 재단 측의 행동과는 상당히 모순이다.

그런데다 지난 6월에는 고양문화재단으로부터 통상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민사소송을 제출했다. 고양시의회에서는 일찍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통상임금을 받은 20명 외 미소송인 42명에게도 통상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으나 재단 측은 여전히 지급하지 않았다.

통상입금 지급과 개인정보 불법 열람, 고양시교향악단 선정까지 말 많고 탈 많은 고양문화재단의 현 상황은 지역문화재단을 향한 신뢰감을 하락시키는 데 충분하다.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말하는 훌륭한 지휘자와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를 섭외한들, 재단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면 시민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 이 일을 계기로 고양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문화재단은 산적한 문제들을 속히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