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타리클럽 태국 방콕지구’ 초청을 받고 초행이라 사전 정보를 수집했다. 방콕에서 거주했던 지인들의 첫 마디가 36~37도의 무더위에 대비하라는 소리였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을 경험한 터라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갔지만, 사실 더위에는 자신이 없었다. 타이항공(TG0651·08:30 출발)으로 5시간 20여 분을 비행해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현지 시간 11:50) 했다. 방콕과의 시차는 2시간이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열대지방을 실감케 했지만 소문보다 그렇게 무덥지는 않았다. 마중 나온 방콕지구(총재 나카린) 회원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국제로타리 부산지구 남상우 총재와 엄경종 사무총장, 김진보 지역대표 등 필자를 포함해 우리 일행은 4명이다.
대기 하고 있는 승합차로 40여 분을 달려 방콕 로타리클럽 회원이 운영하는 ‘예로우 립본 힐스(Yellow Ribbon Hills)’ 호텔(대표 Cherry)에 여장을 풀었다. 1인 1실로 넓은 침실과 거실, 욕실, 주방시설이 갖춰져 편리하고 아늑했다. 일행은 타이항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으로 간식과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 만찬 때까지는 여유 시간이 있었다. 기내식은 타이항공 직원들의 서빙으로 닭고기 볶음밥과 빵, 음료수, 야채샐러드 등 입맛에 맞아 맛있게 먹었었다.
국제로타리 친교의 현장
호텔에서 기다리는 동안 방콕의 유명한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요금은 2시간에 800바트(27,200원)로 저렴했다. 태국 환율은 1바트에 약 34원이다. 새벽부터 설치면서 쌓인 피로가 일시에 해소되는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만찬장으로 향했다. 방콕 로타리 지도자들이 준비한 성대한 만찬이었다. 방콕의 나카린 총재를 비롯한 로타리 지도자들과 한국의 로타리 지도자들이 친교를 맺는 자리가 계속됐다. 로타리 글로벌 봉사 활동으로 태국을 자주 방문하는 김 지역대표와 한국계 정재 방콕 로타리 지도자의 안내로 상호 명함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는 시간이었다. 방콕 로타리 회원들은 대부분 태국 말밖에 몰라 소통에 장애가 있었지만,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일부 로타리안들을 제외하고는 몸짓 손짓으로 소통이 이뤄졌다. 다행히 방콕 통역가이드(따우)는 한국어에 능숙해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며 소통 장애를 해소시켜 줬다. 글로벌 시대는 외국어 회화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간이다.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되고 특이한 음식은 설명을 요구했지만, 즉석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별로 없었다. 대형 랍스터가 통째 생선회로 나오자 방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라며 일행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방콕의 일미들로 만찬장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건배가 이어지고 지도자들의 신상 소개와 선물 교환, 박수가 어우러져 만찬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그야말로 로타리 강령에서 제시한 “봉사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하여 교우의 범위를 넓힌다”는 철학이 실천되는 만남이었다.
아쉬움 속에 내일을 기약하고 대기하고 있는 승합차에 탑승해 호텔로 돌아왔다. 함께 동행한 경남지구 백종선 총재(사무국장 김충효) 일행과 미팅 타임을 가진 후 각자 숙소로 향행다.
건물이나 주택의 요지에 사당이 위치
아침 기상 후 조깅삼아 호텔 주변을 답사했다. 특이하게 건물마다 신당이 모셔져 있다. 우뚝 솟은 건물 사이로 고풍스러운 집들도 늘어서 있어 현대 건물과 전통 건물이 공존하고 있는 풍경이다. 거리에는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방콕 시민들은 아침부터 거리 노점상이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태국에서 불교는 생활문화이며, 세계관과 가치관,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태국은 자유의 나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국민의 대다수는 불교를 믿고 있다. 또한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믿어 온 민간 신앙의 영향력도 커 영험하다는 귀신을 모신 사당이나 건물 앞의 지령을 모시는 산프라품이라는 이름의 신당에서 가족의 평화와 안녕, 신의 가호를 기원한다. 태국의 불교는 3세기 말에 말레이반도와 인도차이나반도 등지를 왕래하던 브라만들에 의해 전래되었다. 이들로부터 불교를 전수받은 사람들이 인도에서 불도를 닦은 후 돌아와 흔히 소승불교라 불리는 상좌부 불교를 전파하면서 태국 전역에 불교가 퍼져 나갔다. 현재 태국에는 3만여 개의 사원이 있으며, 전통적으로 태국의 사원은 학교이자 병원, 고아원, 집회소 등의 역할을 하는 태국인들의 정신적 안식처이다. 태국인의 하루는 아침에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생일이나 집들이, 결혼식, 새해 첫날 모두 사원에 시주를 하며 공덕을 쌓는다. 태국인의 하루는 아침에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생일이나 집들이, 결혼식, 새해 첫날 모두 사원에 시주를 하며 공덕을 쌓는다. 태국에서 승려는 왕족 다음으로 존경받을 만큼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국왕을 비롯한 왕실의 사람들도 승려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절하지만, 승려는 오직 부처님에게만 절을 한다.
수상시장은 관광자원이다
태국 왕궁을 답사키로 한 일정을 수상시장으로 변경했다.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광가이드 따우는 빗속에서 왕궁 관광이 어렵다며 수상시장은 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천막이 처져있어 비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대절한 승합차를 타고 한국 한여름의 호우처럼 들어붓는 빗줄기 속에 지대가 낮은 곳은 도로가 침수되기도 했지만, 방콕 로타리클럽 회원의 안내로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수상시장 입구는 과일 상점들이 집단 상가를 이루고 있었다. 망고를 비롯한 다양한 과일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열대 과일들이다. 과일들은 당도가 아주 높아 이국의 관광객들에게 감칠맛의 추억들을 새긴다. 태국은 고온 지역으로 강수량이 풍부해 과일 등 식물 성장이 왕성하다. 다양한 종류의 태국 과일을 실큰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신기한 모양의 과일들을 음미한 후 예약된 보트에 올랐다. 보트한 대 빌린 값이 1400바트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빗줄기를 헤치고 보트는 수로를 따라 수상 가옥들 사이로 운항한다. 간혹 빗줄기가 비바람을 타고 보트 내로 몰아치기도 해 카메라가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전통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았다. 이른 시간이고 비가 오기 때문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수로 주변에는 야자나무 등 과일나무가 늘어서 있기도 하고 허름한 가옥들이 물 위에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낯익은 연꽃 밭도 보이고 호우로 인해 강물이 넘쳐난다.
이곳에도 예외 없이 불상을 모신 사당들이 집집마다 세워져 있다. 이 사당들은 그 집이나 건물에 가장 명당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수상 대중음식점들도 즐비했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수생식물들과 울창한 수목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도 보인다. 보트 선장은 익숙하게 보트를 몰아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커다란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관광객을 반긴다. 관광객들이 식빵 등 먹이를 던져주기 때문이란다. 빗물이 흐르고 있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약간 갑갑하기도 했지만 운치는 더했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에 빗물이 뿌려져 영상이 흐릿하고 물방울이 화상에 맺히기도 한다. 낡은 전통 상점 가운데 깔끔한 현대적 카페도 보였다. 도중에 란 화원에 들렸다. 보기 드문 난들이 만개해 빗속에서 우리를 반겼다. 수상시장 보트 관광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와 다시 과일 상점들을 돌며 다양한 과일 등 요리들을 맛봤다. 과일 외도 관광객들에게 쌀국수가 인기가 있었다.
수상시장을 답사한 후 우리는 점심으로 한식을 결정하고 한국 식당가를 찾았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취재·사진/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