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 휴일 제도 개선, 국제 관광 시장 다변화 추진, 양보다 질 관리에 힘쓸 것
작년 12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국가관광 전략회의가 개최됐다. 이날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비롯한 관광 관련 부처들이 참여해, 관계부처 합동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새 정부의 관광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관광진흥 기본계획의 비전은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이다. 정부는 그동안 양적·경제적 성과 중심에서 국민, 지역주민, 방한관광객 등 사람 중심의 질적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국민이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이날 회의에는 ‘평창 관광올림픽 추진계획’도 논의됐는데, 정부는 올림픽 이후 유 · 무형의 올림픽 유산을 활용해 평창을 동계스포츠 관광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본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금기형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사진)을 만나 2018년 한국 관광산업 정책과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 관광산업의 비전은.
“그간 한국 관광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외래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외생변수에 의해 한국 관광시장이 참 많이 어려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시장은 사드 사태로 반 토막이 난 상황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한국 관광도 이제는 외생변수에만 의존하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5~6년 전에 일본과 중국과의 갈등이 있었을 때 일본 관광은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도 조사를 해봤고요. 그 결과, 결국은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고 잘 찾아가는 데가 경쟁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졌고, 국내 관광 활성화에 더 방점을 찍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국내 관광을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게 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관광객들도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국제 관광의 경우에는 중국 등 특정국가에 너무 의존하기 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듯이 아세안, 러시아, 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연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관광 전략회의가 개최됐고, 회의에서 관광 유관부처의 정책을 종합한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관광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관광이라는 것이 문체부 한 부처에서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예를 들면 출입국이라든지 인프라라든지 하는 부분에서 여러 부처들이 함께해야 하는 건데 그런 면에 있어 법적인 기구로서 국가관광 전략회의가 개최됐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국가관광 전략회의가 6개월마다 개최될 예정인데, 첫 회의에서는 총론적인 것을 다뤘지만 다음 회의부터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출입국과 관련해서 문체부의 입장, 법무부의 입장, 고용노동부의 입장, 외교부의 입장이 다를 수가 있는데, 관련부서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협업해서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며 주요 아젠다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국가관광 전략회의에서 발표된 관광진흥 기본계획 역시 마찬가지로 법정계획으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됐는데, 관광진흥 기본계획의 큰 틀은 바로 ‘쉼표가 있는 관광, 사람이 있는 관광’입니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도 5천만 명이 넘는 국가인데, 이러한 30-50 클럽에 속하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7~8개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은 즉, 어떤 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편적인 문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득이 여러 가지의 가치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때에 ‘사람’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전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들이 보는 한국 관광의 비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18년도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은.
“우선 우리 국민들이 관광을 하는 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휴가기간이 짧다는 겁니다. OECD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로 휴가일수가 짧은데,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나고 싶어도 직장 분위기에 눈치 보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일단, 국민들이 휴가를 쉽게 갈 수 있도록 휴가 · 휴일 제도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공휴일, 명절 등의 대체휴일을 확대하고, 올해부터는 근로자 휴가 지원제도를 실시합니다. 근로자 휴가 지원제도는 관련 예산을 이미 25억 원 확보해놓은 상황이며, 중소기업 근로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합니다. 숙박여행의 경우 1인 평균비용(연간)이 약 40만 원 정도 드는데 이번 제도를 통해 본인이 20만 원을 부담하고 고용주가 10만 원, 근로자 휴가 지원비로 10만 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의 숙박비 부담을 줄이면서 휴가를 활성화하고, 이는 곧 전반적인 지출로 이어져 경제상황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 또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근로자 휴가 지원제도는 올해 시범적으로 진행되며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생애주기별 관광 지원체계를 구축합니다. 청소년들은 교과와 연계한 체험학습 여행코스, 진로체험 연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며 청년들은 지역의 새로운 관광코스를 설계 · 발굴하고 수용태세를 점검하는 ‘출발 청년원정대’의 발대 및 경연을 지원합니다. 청중장년층은 ‘근로자 휴가지원 제도’를 도입하며, 노년층은 평생교육기관과 지역문화센터와 연계해 여행과 평생교육을 결합한 ‘실버여행학교’ 도입을 검토합니다.
더불어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중교통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지역에 있는 관광자원들을 개발해 스치는 관광이 아니라 머무는 관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3~4개 지자체를 연계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등을 통해 지역의 관광자원을 육성하고, 창덕궁의 인정전, 파주의 장릉 등 숨은 관광지를 발굴하고 개방할 예정입니다.
지역관광의 역량과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관광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관광두레’가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 개 갖춰져 있는데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한국형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 지역마케팅 협의체) 사업을 진행해 특정 지역 내 또는 지역 간 연계된 조직을 통해 민·관·산·학이 공동으로 상품개발, 홍보 등 지역주도형 관광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 이탈 현상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지화에 따른 주민 불편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안이 있다면.
“우선, 한국은 시장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이 관광지화 되지 않게끔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말씀하신 관광지의 원주민 이탈 현상은 오버투어리즘, 또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불리기도 하고, 두 말을 합쳐 투어리피케이션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현재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원주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상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이나 제주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자체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에 많은 염려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외국에서는 총량제 개념을 도입해 관광객의 수를 한정하기도 하지만 이건 쉽지 않은 얘기고, 공정여행의 개념 도입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문제를 두고 현재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은 협업하고자 하며,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염려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도 국제 관광 주요 정책은.
“기존 국제 관광 정책이 외국인 관광객을 무조건 많이 들여오자는 것이었고 그로인해 한국의 인구 규모에 비해 상당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에만 집착하다 보면 인바운드의 경우 저가관광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제대로 된 관광지도 보지 못하고 쇼핑만 한다든지, 저품질의 음식만 먹고 돌아가게 된다면 한국에 재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품질 관리를 할 것입니다. 중국 측에도 양국 간 관광에 대한 품질관리를 하자는 얘기를 전달했고, 향후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국제 관광에 있어 중국 등 특정시장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방한시장을 전략적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미국은 여전히 주력시장으로 관리하고, 아세안 국가 같은 경우는 현재 굉장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또한, 아중동지역은 의료관광, 고품격관광 등 고부가 관광시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웃바운드는 현재 한국 사람들이 인구 대비 외국에 굉장히 많이 나가고 있는데, 관광을 단순히 관광수지라든지 경제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 관광객이 많다는 건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삶의 수준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저희들이 관여해야 할 부분은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관광정책국장으로서의 역점 정책은.
“먼저 말씀드린 대로 인바운드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품격 있는 관광이 될 수 있도록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할 계획입니다.
국내 관광에 있어서는 한국이 휴가 문화, 휴일 문화가 굉장히 열악한 상황인데, 사람들이 편안하게 여행하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더불어 현재 여행사 등 관광업체들이 굉장히 영세한데, 그러다보니 몇몇 업체는 보증기금 대출도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대위변제라고 할까요..? 소액 같은 경우는 충분히 여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해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서 손실분을 좀 수용할까 합니다. 많은 액수는 아니겠지만, 지방에 있는 보증보험 등에서 도움을 받으며 진행하다 보면 상당부분은 회수가 될 테고 회수가 되지 않는 부분도 발생할 텐데, 그런 제도를 도입해 창업 시 도움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광진흥기금의 융자 대상과 업체의 영역도 넓히고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하는 건 정부에서 감당하는 형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은 것 중 하나가 축제인데, 문체부는 전국의 700~800개 축제 중 매년 40여 개의 문화관광축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축제 등급을 너무 세밀하게 하지 말자는 것, 두 번째는 대표축제로 몇 번 선정됐다고 해서 지원을 멈추지 말고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자는 겁니다. 이에 대한 예산은 확보된 상황이며, 몇몇 경쟁력 있는 축제들은 저희들이 컨설팅과 더불어 해외 마케팅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자체에서 추천하는 몇몇의 축제들은 ‘문화관광육성축제’라는 신규축제 후보 군을 설정하여 현장실사 등을 거친 이후에 문화관광축제의 틀 속에 들어오게 하려고 합니다. 각 지자체에서 잘 골라서 추천해주시면 축제에 필요한 마케팅 등을 지원하며 축제가 지역의 관광콘텐츠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한국 관광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일본 등 인접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관광산업 역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타국의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일방적으로 앞서나가려는 생각보다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만의 고유한 관광 아이템을 계속 발굴하고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DMZ라든지, 한국을 대표하는 메디컬, 뷰티, 게임 등의 자원들을 잘 연결해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 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의 관광정책은.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은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관광측면에서 더 중요한 건 올림픽 이후입니다. 올림픽이 진행될 때는 티켓을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관광이 이뤄지므로 수요가 한정적입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강원도의 관광매력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하며, 이후에는 올림픽과 관련한 스포츠관광 등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지역주민들 역시 하루살이처럼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면 관광객이 찾지 않을 것입니다. 문체부에서는 동계올림픽특구기획단이 구성돼 올림픽 이후에도 강원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다양한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 금기형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은
문체부에서 국제문화과장, 홍보정책관을 역임하고 관광정책국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담 전병열 편집인 · 고경희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