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냉혹한 시기를 지나면 어김없이 봄날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인생도 생로병사의 진리를 이해하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병열 정치학박사 ctnewsone@naver.com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정원의 목련이 화사하게 춤사위를 펼친다. 올해 유난히 빛나는 꽃잎에 봄날의 행복을 그려보면서 그냥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추가해 본다. 모처럼 따사로운 봄날을 느끼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면서 새삼스럽게 감흥이 일어나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 과거와 미래가 없는 오로지 현재만 존재할 수 있다면, 인생의 봄날로 지상낙원이 될 것이다.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냉혹한 시기를 지나면 어김없이 봄날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인생도 생로병사의 진리를 이해하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인들과의 사별이 슬픔과 함께 삶을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섭리를 떠올리게 된다. 생명의 윤회가 있다면,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꽃들이 지면서 짙푸른 잎이 무성해지고 어느새 낙엽으로 변해 앙상한 가지만 애처롭게 한파를 겪지만, 생명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봄날을 맞이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영원할 수 없다. 행복이 영원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생멸의 순환 과정이 욕망의 한계를 갖게 한다. 끝없는 욕구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영원한 행복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지만, 결코 쉽게 행할 수 없다. 욕구는 삶의 동기이며 성장의 동력으로 인간과 생멸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욕구가 없으면 행복도 존재할 수 없다. 욕구 만족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매화가 지고 새빨간 동백꽃이 목련을 시샘하듯 피어오르는 정경을 보며, 생명의 환희를 느껴본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지만 머잖아 여름에 밀려나고 풍성한 결실이 봄의 꿈을 이룰 것이다. 뭇 생명들이 엄동설한의 매서움에 숨을 죽이고 봄날이 오길 기다리는 과정을 새삼 음미하면서 인생무상을 떠올려 본다. 생명이 영원하지 못함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일 테지만, 그 자리를 쉽게 물려주려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다. 누구나 생명의 윤회를 깨닫는 순간은 인생의 끝자락이겠지만, 좀 더 일찍 깨우친다면 행복을 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 텐데 보통 사람은 알면서도 실천하기를 두려워한다. 생명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더한 탓인지 봄날의 행복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또 다른 희망이다. 현실은 낭만이 아니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봄을 노래하고 싶다.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다가올 일에 대한 우려가 없다면 제대로 된 봄날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산적해 있다 보니 행복한 순간들이 밀려나간다. 이 또한 이기적인 생각일 테지만 모든 것이 힘든 시기라서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자기 관리가 필요하지만, 불행의 요소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상대적 불만은 자기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데 자극적인 현실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자존심이나 명예는 상대적인 요소가 강하다. 물론 자만심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도 있지만, 경쟁 심리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불만은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비교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생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욕구 불만은 결자해지할 수밖에. 봄날이 준 행복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다사다난한 일을 고민하기 때문이지만, 내 몫이기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아집으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언젠가 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그 보람이 클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갈등이라고 자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