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I 기업총수들, 억지춘향이 노릇보다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해야

취재수첩 I 기업총수들, 억지춘향이 노릇보다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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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중구 국제시장을 찾았다. 이날 언론 보도에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윤 대통령과 총수들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한국경제인협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과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 등을 맛보고 자른 빈대떡을 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하면서 “엄청 맛있다”며 상인들에게 인사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재벌 총수들의 떡볶이 먹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일반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마치 특별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맛보는 것처럼 느껴져 자괴감이 든다고 씁쓰레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지난 17개월간의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국내 대기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동원됐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민심 회복용 간담회에까지 불려 나갔다”며 “이 행사는 경제와 관련 있다기보다는 부산 민심을 달랜다는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이제는 대기업 총수들이 정치 행사에도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일보도 7일 사설을 통해 “당장 재계 안팎에서 여당 지지율 끌어올리기 행사에 기업을 들러리 세운 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면서 “지난 17개월간의 엑스포 유치전에서도 대기업 회장들이 본업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 해외 수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거절하기 어려운 정권의 요청에다 애국심을 더해 전 세계를 누비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지역 민심의 무마 자리에까지 기업인들을 동원했다”고 꼬집었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협조해야 할 때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정치권 눈치를 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기업 경영에서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기업 경영에 지장이 초래될 정도를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경영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국익을 위한 자발적인 참여는 바람직하지만, 의사에 반해 억지춘향이 노릇을 하게 해서는 경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 총수들의 의무는 기업의 성장과 안정이다.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기대하면 어불성설일까.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