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는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는 처벌이 가중된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그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이 죄는 반의사불론죄(反意思不論罪)지만, 국가기관이 수사와 공판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는 공소기각(公訴棄却)된다.
대법원 판례(1988.10.11.선고 85다카29 판결)는 “인격권으로서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했을 때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MBC 박성제 사장과 박성호 보도국장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일각에서는 ‘국면 전환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조계 일부에서는 혐의 성립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MBC가 윤 대통령의 불확실한 발언에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붙여 방송함으로써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문제는 ‘바이든’이라는 자막 표기가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형법상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모두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바이든’ 자막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등을 보면 국민 과반수가 윤 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이라 들었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 발언을 각종 기관에 검증 의뢰한 뒤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한 일부 결론을 차용할 수도 있다. 반면에 자막이 ‘바이든’이라는 말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오직 공익을 위한 보도였다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또 수사기관이 허위 사실이라 판단하더라도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MBC가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발언을 왜곡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대통령이 한 발언은 그 자체로 보도 가치가 크기 때문에, 방송 행위 자체를 비방의 목적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에 급급한 국민은 뒷전이고 정치권이 온통 당리당략을 위해 헤게모니에 올인하고 있으면 국민 경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국가 경제가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의 비속어 진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총체적 위기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경제 살리기가 화급을 다투고 있지 않은가. 또한, 국격(國格)은 보도 가치보다 우선해 윤리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