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전국이 들썩,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전국이 들썩,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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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 곳곳은 ‘도시재생’으로 시끌시끌하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주민을 몰아내는 재개발 과 달리 지역 공동체를 보존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따라, 전국 500여곳의 옛 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되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5년간 50조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도시재생이란?

범죄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미국 뉴욕 맨해튼 북부의 ‘할렘’은 성공한 도시재생으로 손꼽힌다. 할렘은 원래 백인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던 도심이었다. 하지만 도시기능이 점점 확장되면서 기존의 백인들이 나간 뒤, 빈민층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슬럼화 됐다. 미국정부는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비영리기관을 설립해, 할렘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업체들에게 지원금과 인센티브를 줬다. 뉴욕시도 예술·문화관련 상점을 열기만하면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었다. 그 결과 지금의 할렘은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한 뒤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사람이 살만한 공간으로 변했다.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켜, 거주민 삶의 질과 지역발전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규모 철거 없이 주민들이 원하는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문화적인 보존가치를 모조리 밀어버린 뉴타운이 가진 전면개발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도시개발시기를 겪었다. 속도가 빨랐던 만큼 명암은 극명했다. 사람들의 전보다 편리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뒷전이 되어 마을은 특색을 잃었다. 도시재생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의 뉴타운처럼 구닥다리 건물을 싹 밀어내고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오래된 저층 주택과 작은 가게들이 골목길에 나와 있어 걷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것이다.

너무 빠른 속도

하지만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대통령 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5년의 짧은 임기 중에 실질적으로 사업추진을 할 수 있는 기간은 3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사업지를 선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기 내에 사업을 완료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정권 교체와 정치적 이슈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기조가 바뀐다면 도시는 더 쇠퇴할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이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 타당성과 현실성, 효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한 뒤에 사업은 진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한들, 정책 실행 실무조직이 해당 사업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은 급박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지역에 갑자기 몇 백억이 투여되는데, 그 돈을 1년이라는 기간 안에 모두 써야만 한다. 사업진행도는 지속적으로 체크되고, 정책담당자는 예산을 어디에 쓸지 보다는 예산을 모두 써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시재생사업은 저소득층을 수혜대상으로 두고,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주거복지와 소득향상에 기여하는 지역 활성화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의 최종수혜자는 원주민인 이들이 여야만 하며, 이들이 지역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도시개발은 주거환경과 생활경제 두 가지 사업이 균형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에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여되게 되고,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면, 결국 지역센터 개관, 도로정비와 같이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는 이미 도시재생사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추세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도시재생사업은 민간 사업체들과 함께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역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수익률에만 급급한 업체들이 함께하게 된다면, 도시재생사업은 당초 예상 방향과 어긋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소규모 뉴타운 사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원주민이 쫓겨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할렘에서도 도시재생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원주민들인 흑인들이 대거 할렘을 떠난 것이다.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된 해방촌이 할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새롭게 상권화가 진행 중인데, 높은 임대료 때문에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으로 바뀌면 최종 수혜대상인 원주민들은 쫓겨나게 된다.

결국 도시재생지역으로 특정 구역이 묶여서 진행되는 것이 위험하다. 선정된 곳은 엄청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더라도 나 몰라라 하게 된다. 결국 낙후된 지역을 묶는 구역 단위가 아닌, 건물단위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길

도시재생에는 첫 번째가 주거복지, 두 번째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다. 그 지역의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 지역의 문화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디자인이 화려한 건축물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닌, 지역 경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5년간 50조 원의 지원금을 무턱대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으로 만들어 꼭 필요한 곳에 면밀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한 번만 하고 끝낼 수도 없다. 미국의 CDBG(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와 같이 영속적으로 기금화한 후, 지속적으로 사업화하여야 한다.

1970년대 브라질 쿠리치바의 자이미 레르네르 시장이 돈이 적게 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를 재생시켰다.

건설하는 데 천 억 넘게 드는 비싼 지하철 대신, 굴절버스와 튜브 정류장을 만들고 전용차로로 다니게 하는 BRT(Bus Rapid Transit)를 개발했다. 지하철 건설 공사비의 20분의1로 나온 혁신이다.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들도 대부분 도로, 철도사업이다.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개발시대처럼 지하개발,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교통 인프라는 필요하지 않다. 보여 주기 식은 그저 겉핥기일 뿐이다. 돈과 정치적 이해는 도시재생의 본질을 오염시킬 뿐, 큰 그림을 그리고 하나하나 세심히 돌보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살아 있는 도시만이 다시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