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다양한 여행 스타일이 생겨났다. 해외여행이 먼 나라 이야기였던 때는 한번 가는 여행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목표로 국내 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 나라의 맛있는 음식이나 디저트를 먹으러 가는 먹방 여행, 자연을 느끼고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쉬는 힐링 여행이나,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어 떠나는 혼자 여행 등 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볼런투어’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을 넘어 소외된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통해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만큼의 배움을 얻게 한다.
‘나’와 ‘우리’를 위한 여행
여행과 봉사활동. 이 두 단어의 조합을 보면 ‘놀러 가서 봉사활동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나 연못에 던진 조약돌 하나가 수면에 큰 파동을 일으키듯 작은 손길, 행동 하나로 꺼져가는 희망에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하는 여행, ‘볼런투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볼런투어(Voluntour)’는 자원봉사를 뜻하는 ‘볼런티어(Volunteer)’와 여행을 의미하는 ‘투어(Tour)’를 결합한 신조어로 봉사에 초점을 맞춘 신개념 여행이다. 2000년대 말 유럽에서 등장한 볼런투어는 여행자에게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선사하면서 지역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얻고, 현지에 도움을 제공해 보다 성숙한 자아를 찾게 되는 것이 활동의 목적이다. 볼런투어에 참여하는 관광객들은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방문한 곳의 사회와 환경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일손을 돕거나 자신의 전공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활동, 자연환경재해를 입은 곳의 자연 복원 활동, 멸종위기 동물의 구조 활동 등이 볼런티어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자원봉사를 겸한 여행에 많은 봉사자와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지난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충돌해 총 1만 2547㎘의 원유가 태안해역에 유출된 사건이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끼친 국내 해상 기름유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전국에서 123만 자원봉사자가 태안군을 방문해 11개월간 총 4,175㎘의 폐유와 3만 2,074t의 흡착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전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 자원봉사를 겸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고 그 결과, 태안군은 2016년 관광객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서해안 대표 휴양관광 도시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이처럼 일반적인 여행이 아닌 볼런투어를 떠나기 위해서는 남다른 결심이 필요하다.
대학생 김정수(24) 씨는 지난해 12월 제대 후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는 제대 후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복학하기 전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모은 돈으로 라오스 봉사활동을 가게 됐다고 전했다. “첫 해외여행인데 관광하기도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볼런투어를 망설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생각해보니 첫 해외여행인 만큼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고, 라오스 봉사활동은 잊지 못할 여행이자 봉사활동이 됐다”며 “태권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학교를 짓는 데 힘을 보탰다. 마지막 날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한국어로 ‘고맙다’고 인사할 때 내가 선택한 이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가까운 곳으로 ‘볼런투어’를 떠나보자
‘착한 여행’이라 불리는 볼런투어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지난 9월 ‘여행+체험+봉사 함께해요’라는 주제의 볼런투어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장수군 특산품 중 하나인 오미자를 이용해 오미자청 만들기 체험을 했으며,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될 오미자청까지 직접 담그는 봉사도 펼쳤다.
장수군 자원봉사종합센터 이미자 센터장은 “이번 볼런투어 행사는 봉사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주변 어르신들을 돌아보는 뜻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볼런투어 행사를 통해 자원봉사활동과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자신의 시간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시간을 할애해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나와는 다른 세상을 두 눈으로 마주하게 하는 것이 볼런투어만의 묘미가 아닐까.
그 시간을 온전히 남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 그곳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