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 평창에서 올림픽이 개최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은 잘 조직된 대회였고, 패럴림픽도 선수들과 해외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올림픽은 그동안 조용했던 강원도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접근성과 서비스 측면이 향상돼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국제행사가 치러진 이후에는 냉정한 비판도 이어진다.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행사가 치러질 때마다 지역과 주민들은 관광 특수로 이어질 거라 기대한다. 물론 관광 특수로 이어진 케이스가 있지만, 모든 지역이 지속적인 관광효과와 수익에 대해 뚜렷한 이점을 보이진 못했다. 그렇다면 성대한 올림픽 후의 평창은 탄탄해진 기반시설과 접근성을 토대로 관광 특수를 이뤄낼 수 있을까?
관광지로서의 평창, 그 점수는?
짜릿했던 장면을 연일 보여줬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세계인을 하나로 모았던 스포츠 축제는 국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강원도의 평창이라는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잘 구성된 인프라 시설, 청정한 자연경관, 한국의 특색을 살린 관광 콘텐츠는 평창의 관광 특수를 살려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을 경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평창에 대해 아주 좋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 3월 19일 강원도청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3,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친절도는 95%(매우 친절함 62%, 친절함 32%)로 평가받았다. 홍보물, 배너 등 관광 안내체계의 만족도는 80%(매우 그렇다 35%, 그렇다 45%)였다.
평창 관광과 직접 관련된 항목으로 여행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올림픽 관람 59%, 자연풍경 감상 13%, 문화유적지ㆍ관광지 8%, 축제 및 이벤트 7%, 식도락 11%, 기타 2%로 드러났다. 올림픽 관람 외에도 외국인들이 평창의 여러 관광요소를 체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평창을 방문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KTX(열차) 43%, 택시 19%, 단체관광버스 4%, 일반버스 22%, 렌트카 5%, 기타 7% 순이었으며, 교통편 만족도는 84%(매우 편리함 39%, 편리함 45%)이었다. 숙박시설 만족도는 84%(매우 편리함 41%, 편리함 43%)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상 깊은 관광지로 평창윈터페스티벌(송어축제, 대관령눈꽃축제) 27%, 강릉 안목해변 13%, 전통시장 18% 등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맛있었던 음식으로는 두부요리 10%, 황태요리 7%, 한우 18%, 생선요리(구이, 회) 10%, 불고기 26%, 비빔밥 21%, 기타 8% 등이 꼽혔다. 강원도의 지방색과 관광요소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관광도시로 탈바꿈할 환경과 분위기 마련
한편 평창군은 올림픽 유산의 체계적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평일 약 1만 5천여 명, 주말 3만여 명의 인원이 찾았던 올림픽 플라자는 철거를 시작했고, 일부 좌석과 3층의 본관만 남겼다. 이곳은 올림픽 기념관과 기념공원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평창이라는 도시에 브랜드가치가 생긴 만큼 스포츠 도시로서 관광 컨텐츠도 마련된다. 평창군은 ‘평창 레저스포츠 엑스포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남아있는 올림픽 스포츠 시설과 레저스포츠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2021년에는 레저스포츠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패럴림픽을 치르면서 잘 정비된 접근성 개선사업과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활용해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관광 약자가 제약 없이 찾을 수 있는 ‘무장애 관광 도시 평창’을 추구하고 있다. 개통된 KTX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과 이웃한 강릉시도 올림픽 박물관 설립에 나섰다. 강릉시는 지난 4월 24일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와 올림픽 박물관을 방문, 바흐 IOC 위원장과 올림픽 유산 기념사업에 관한 상호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올림픽 박물관과 MOU를 체결했다. 강릉의 올림픽 기념관은 올 연말 강릉아이스아레나에 조성될 예정이다.
국제행사, 관광특수 다 좋지만 결론은 ‘비용’
이전에도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춰 국내여행지로 선호도가 높았던 강원도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을 비롯한 관광객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가 다시 한 번 관광도시로 급부상할 기회인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비용’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건설비용으로만 648억 원이 쓰인 것이 알려졌다. 기타 경기장 건설비용까지 합치면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거액의 예산이 들어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스타디움은 패럴림픽이 폐막된 직후부터 곧바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지을 때부터 시간과 비용, 재활용 문제로 어려움 겪다가 올림픽 이후 철거하기로 하고 가건물로 지었기 때문이다.
7층 건물 가운데 영구시설인 3층만 남겨서 올림픽 기념관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비용이 50억 원 정도 들 것으로 강원도는 예상하고 있다. 공연장, 객석은 모두 철거한 뒤 올림픽 스타디움 앞쪽의 올림픽 플라자 일대와 함께 공원으로 조성되는데, 여기에는 118억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경기가 치러진 올림픽 시설 12곳 중 재활용한 3개 경기장을 제외한 9곳은 올림픽을 위해 신설한 곳이다. 이 중 경기장 6곳은 강원도에서 관리, 운영할 예정이다. 6곳 중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크로스컨트리 센터, 바이애슬론 센터는 관광지로 활용해 수익을 내거나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활용 예정이다.
그런데 강원도가 지난해 외부 용역을 통해 경기장 6곳의 운영 수지를 분석한 결과 연간 52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됐다.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활용하면 수입을 내기 어렵고, 실내 빙상 경기장은 계속 빙판을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키 점프센터, 슬라이딩 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는 활용 계획이 없는 상태라는 것도 문제다.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가 관광 특수로 이어지는 것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설문조사에서 파악한 바와 같이 국가 이미지와 강원도의 관광 인프라가 성숙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투입된 비용과 앞으로 수익을 내야 할 과제를 생각하면 그리 달갑지 만은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화려했던 올림픽이 평창 주민들에게 어떤 관광수익을 안겨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