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모으기 위해서 버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서 벌어야 한다. 돈을 잘 쓰기 위해 열심히 벌어야지, 저축하려고 벌지 말자.”
“단돈 1원이라도 벌면 땅에 묻어라.” 소년은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돈을 버는 대로 고향 장독대 옆에 묻었다. 객지에서 한 푼이라도 벌면 아무도 모르게 고향 땅에 묻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 소년은 20살의 청년이 되었다. 군 제대 후, 철이 든 그는 어머니의 유언을 땅에 투자하라는 말로 이해하고, 그동안 묻어두었던 돈을 몽땅 꺼내 땅을 샀다. 그 당시엔 변두리 50여 평에 불과했지만, 그때부터 돈을 벌면 땅을 사기 시작했다. 300여 평의 땅이 모이자 그는 그곳에 집을 지어 분양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그는 건설 회사를 설립해 재벌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며, 돈을 벌면 땅에 투자한다.
“나는 그동안 돈을 벌 줄만 알았지, 쓸 줄은 몰랐습니다. 버는 재미로 살아온 것입니다. 돈을 모으는 데 행복을 느끼고, 돈 쓰는 일에는 아까워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머니의 ‘땅에 묻으라’는 말씀은 저축을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건설업체 재벌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 중 성공 비결을 묻는 필자에게 들려준 에피소드다. 고희(古稀)를 넘기면서 저축을 “좋은 곳에 쓰라”는 의미로 해석했다는 그는 고향에 장학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학생들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여러 봉사단체에서 솔선해 기부하면서 “돈 쓰는 재미를 톡톡히 누리고 산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 친구는 오랜 세월을 돈을 모으기 위해 일에만 매달리며 살았다. 그의 집은 겨울에도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꺼두고, 여름에는 전기료가 아까워 선풍기만 켜놓는다. 돈이 없어 그렇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돈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쓰지 못했다.
이 친구의 인생을 이해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돈이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아닐까? 돈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삶은 과연 행복할까? 친구는 돈을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 삶의 질을 스스로 낮추고 있었다.
반면에 또 다른 친구는 돈을 벌어 필요한 곳에 쓰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돈을 썼다. 돈이 그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돈을 통해 행복과 보람을 얻었다. 그는 돈을 나누며, 그 돈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이 되게 했다. 돈을 잘 쓰니 친구들이 좋아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돈으로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공무원 연금을 받는 지인은 연금의 절반을 저축한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연금은 죽을 때까지 나오고 승계도 되는데, 왜 쓰지 못하고 모으는 걸까? 주변에서 인색하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받아서 쓰지도 못하고 저축한다고 한다.
억척스럽게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된 수전노(守錢奴)들도 있다. 그들은 쓸 줄을 모른다. 돈 버는 재미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소싯적에 너무 힘들게 살아온 이들은 돈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삶일 것이다. 그러나 보릿고개를 살아온 그 서러운 시절을 잊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돈은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돈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면, 우리는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삶을 희생하게 된다. 그러나 돈을 수단으로 삼아, 그 돈을 통해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면, 우리는 더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살 수 있다. 돈은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닌, 우리를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돈이 우리의 목표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쓰기 위해서 벌어야 한다.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돈을 잘 쓰기 위해 열심히 벌어야지, 저축하려고 벌지 말자.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데, 왜 돈을 모아야 할까? 가족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지만, 유산으로 남기는 것보다 생전에 자녀들을 위해 쓰자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