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처음으로 고소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33) 씨 사건만 재판에 넘겼고, 두 번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11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김 씨를 성폭행하고 수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5일 폭로하고 이튿날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범죄 혐의는 10가지에 달한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30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4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간음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섯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기습 추행한 혐의(강제추행)와 관용차 내에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한 차례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도 있다. 추행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강제추행으로 나뉜다. 검찰 관계자는 “추행 범죄 가운데 기습 추행이라는 유형이 있다”며 기습적으로 이뤄진 추행에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강제추행은 형법,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돼 있다.
검찰은 안 전 지사 비서 김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상세하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마지막 피해 전 10여 일 동안 미투 관련 검색을 수십 차례 했다는 컴퓨터 로그 기록과 병원 진료 내역, 심리분석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재판에 넘기는 게 타당하다고 검찰은 봤다.
다만 검찰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를 성폭행하고 강제로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고소 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고소인의 진술이 있지만, 일치하지 않는 정황 증거도 있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어떤 사람을 기소하려면 아주 확실한 부분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 지인으로부터 공여받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마포구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컴퓨터 로그 기록을 확인한 결과 안 전 지사뿐만 아니라 지인 회사 직원들도 해당 오피스텔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섯 차례 정도 오피스텔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실료를 계산하면 청탁금지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오피스텔 이용 대실료를 25만~30만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 조사 때처럼 “관계는 인정하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혐의를 부인할 전망이다. 재판 과정에서 ‘합의’가 있었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병열 기자(jun939@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