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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어도 눈치 보이는 징검다리 연휴

우리나라 직장인들 연차 사용률 절반 수준, 이대로 괜찮을까?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7-09-18 10:25:24


newsone 몇 년 전부터 역대급 황금연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추석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10월 3일 화요일 개천절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는, 6일인 금요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되며 그다음 주 월요일인 한글날까지 연휴 기간에 포함되면서 7일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또한 이번에 연휴 시작 전인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9월 30일과 10월 1일 주말을 포함해 최대 10일을 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공휴일로 지정되더라도 일부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회사생활 5년 차인 윤희경 씨(30세)는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윗선에서 징검다리 휴일을 통으로 쉬자는 이야기가 없어서,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 초 얼리버드 항공숙박권을 잡아 황금연휴 기간 내내 여행을 떠나는 김준환 씨(32세)도 눈치게임 중이다. 연휴가 길고 휴일 사이에 하루 회사에 나와도 업무가 되지 않으니 당연히 10일 내내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의 예상과 달리 회사 측은 긴 연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어렵게 계획한 여행을 개인 휴가를 써서라도 가고 싶지만, 자칫 눈치 없이 휴가 썼다가 밉보여서 승진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전전긍긍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주어진 연차휴가의 절반만 사용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공개한 재직기간 1년 이상 만 20~59세 근로자 1,000명과 대·중견·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 사용일수는 평균 7.9일로, 사용률은 평균 52.3%에 그쳤다. OECD 주요국 평균 휴가 일수는 20.6일, 휴가사용률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근로기준법상 연간 80% 이상을 출근하면 15일이 보장되고, 3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2년에 하루씩 증가해 연간 휴가를 2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휴가일이 15~25일이면 선진국과 비교해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휴가를 반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꿈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 6일 근로자들이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서울일자리포털에 올라온 채용공고 13만여 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0%가량이 주 6일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6일 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은 음식서비스 관련 일로, 채용공고 62건 가운데 45건 72.6%가 주 6일 근무라고 밝혔다. 규모가 작은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도 주 5일을 실시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이 5명 이상을 상시 고용하는 사업체라, 5명 미만 사업장 직원들은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 6일 근무 비율은 31.6%로 인원이 많은 사업장에 비해 10% 가량 높았다.

직원이 많은 사업체라고 해서 주 6일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아니다. 직원 5명~9명 규모는 22.3%, 직원 10명~29명 규모는 18.4%, 30명~99명 규모는 15.6%로 집계됐다. 직원이 3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에서 주 6일을 하는 비율은 22.2%로 전체 평균보다도 높았다. 일부 사업체는 법정공휴일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설정 후, 직원들의 연차를 강제로 공휴일에 사용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게 유럽식 휴가제도는 꿈같이 달콤한 존재로 다가왔다. 직장 동료나 상사 눈치 볼 필요 없이 한 달 가까이 바캉스를 떠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퇴사를 하고 퇴직금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직장 내 분위기’(44.8%)를 가장 많았다. ‘업무과다·대체 인력 부족’(43.1%), ‘연차휴가 보상금 획득’(28.7%)이 그 뒤를 이었다. 내가 휴가를 가면 나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떠맡게 되는 형식인 것이다. 회사 재정 문제로 인원 긴축이 당연시 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개개인이 맡은 업무량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가는 건 나의 책임을 내 동료에게 미루는 이기적인 일이 되고, 급기야 휴가지에서까지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등 제대로된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연차유급휴가 의무화 등 쉴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이후 ‘쉼표있는 삶’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여행-여가-문화생활 기회를 보장하며 ‘10일 연속 휴가(비 근무일 포함 2주)’를 보장하는 제도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장기연속휴가를 위한 일정 기간 이상의 연차휴가에 대한 일괄사용 원칙이 규정돼 있지 않고, 사용자가 노동자의 휴가 시기 변경권도 행사할 수 있게 돼있다.

‘10일 연속 휴가법’이 시행될 경우 여름휴가나 명절휴가 등에 연차를 추가하는 등으로 징검다리 휴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게 되고,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 연차 사용률 증가, 여행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및 관광업계도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연간 사용하지 않은 연차 휴가 5~6일을 모두 쓰면 경제 파급효과가 20조 원 가량 발생하고, 38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덩달아 기대할 수 있다.

책상에 붙어 앉아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창의력이 주요 역량이 되는 이 시대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고, 편안히 쉬고, 즐겁게 노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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