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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한인민박에게 뒤통수 맞다

낯선 타국에서 의지할 곳 없어 선택하는 한인민박, 피해사례 잇따라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7-09-18 10:17:34


newsone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언니네 가족과 영국으로 유럽여행을 계획했던 차여진(가명, 38세) 씨는 청천벽력을 맞았다. 여행 중 3박을 묵을 한인 민박집이 예약금을 받은 뒤 잠적한 것이다. 차 씨가 예약한 한인민박은 홈페이지도 구비돼 있었고 이용후기도 작성돼 있었다. 한인민박에 대한 소문이 흉흉했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더 깔끔할 것이라 믿었고, 민박집 주인과 메신저로 소통하며 불안감은 접어둘 수 있었다. 성수기라 숙박비 전액을 입금해야 예약이 확정된다는 말에 덜컥 언니네 몫까지 입금을 해준 것이 문제였다. 며칠 뒤 확인해보니 민박집 홈페이지는 사라져 있었고, 민박집 주인의 카카오톡도 이미 탈퇴된 상황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이다.

해외의 한인민박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짧은 일정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관광지를 순식간에 훑어보는 식의 패키지여행보다는 배낭 하나 메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여기에 가성비 좋은 저가 항공과 Airbnb와 같은 민박집이 생기면서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유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한인민박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현지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여행객들은 때때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인민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인민박과 여행객들은 단순히 호스트 게스트 관계가 아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유대로 여행객들은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낯선 곳에서 같은 나라 출신 사람들과 호흡하며 서로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는 곳이다. 한인민박이 각광을 받자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는 한인민박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부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디든 음지는 있다. 가족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손님들에게 도움을 주고 수고를 마다않는 한인민박이 있다면, 돈을 목적으로 사기를 치거나, 어차피 전적으로 민박집에 의존하는 손님의 특성을 이용해 숙소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 등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한 이한결(가명, 36세) 씨는 한인민박에 예약한 객실의 문을 열자마자 참을 수 없는 곰팡이 냄새와 대면해야 했다. 벽면에는 곰팡이가 가득했고, 마룻바닥은 물을 머금어 축축했다. 도저히 방안에 있을 수 없어서 새벽 1시에 3살, 5살 아이들을 데리고 민박집을 나가 호텔에 체크인 했지만, 민박집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의 말이나 환불조치도 받지 못했다.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에게 민박집 주인이 성추행을 일삼기도 한다. 술을 같이 마실 것을 강요하기도 하고, 샤워하는 도중 몰카를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밤에 객실에서 취침 중인 여성을 강간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민민박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족이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정다정(가명, 25세) 씨가 방문한 한인민박의 주인은 어눌한 한국말로, 현지 여행 정보는 물론 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조식이 한식으로 제공된다고 했지만, 언제 했을지 모르는 설거지 더미와 주방 바닥을 기어 다니는 쥐를 본 뒤로 바로 체크아웃 해버렸다. 한식은커녕 조식이 제공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스마트폰 숙박업소 어플리케이션으로 한인민박의 접근성은 더 쉬워졌지만, 무분별한 상술과 검증되지 않은 연계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인 여행객들의 몫이다. 홈페이지 소개와 시설이 다르고, 환불규정도 막무가내일지라도 여행객들은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한다. 기껏 즐기러 온 여행에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한인민박들은 현지와 한국 그 어디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영업하며, 법의 망을 피해가고 있다.

한인민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구제받을 방법은 현지에서 경찰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고소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행정 절차가 복잡해 기껏 떠난 여행을 얼굴을 붉히는데 모조리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고 서둘러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용 후기를 SNS에 공유하며 2차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는 게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한인민박 중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되도록 예약 대행업체를 거쳐서 증빙자료를 만들면서 예약을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모든 한인 민박이 불법에 위험을 자행하는 것은 아니다.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자가 현지에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사관에 함께 가서 도움을 주거나, 직접 픽업 서비스를 하고, 여행 루트를 함께 짜주는 등 가족처럼 여행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좋은 민박집도 많다.

해외 한인민박 이용 여행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20대에 혼자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wmf거운 추억을 남기려고 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갈 것이다. 안전하게 쉬어야 할 숙소에서 봉변을 당한다면 배신감은 물론, 여행에 대한 회의까지 찾아든다. 여행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한인민박에 대한 대사관과 정부의 노력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신고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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